Ticker

6/recent/ticker-posts

1조 달러 기업으로 키운 아시안 이민자

AMD 리사 수의 성공 전략

어려운 문제를 선택하고, 기술에 집중하며, 사람을 움직였다.

 

실리콘밸리에서 성공은 흔히 차고에서 시작됩니다. 창업자가 작은 공간에서 아이디어를 만들고, 투자자를 만나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리사 수(Lisa Su)의 성공은 조금 다른 곳에서 출발했습니다. 이미 존재했지만 경쟁력을 잃어가던 실리콘밸리의 반도체 기업,  AMD였습니다.

2026년 9월 21일, AMD의 시가총액이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넘어섰어요. 여성 최고경영자가 이끄는 기업으로서는 최초의 기록이었죠. 대만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성장한 엔지니어가 반도체 산업의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를 ‘이민자가 거부가 된 성공담’으로만 읽으면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됩니다. 1조 달러는 리사 수 개인의 재산이 아니라 AMD의 시장가치입니다. 그녀가 만들어낸 변화의 핵심은 경쟁에서 밀려나던 회사를 다시 고객이 선택하는 기업으로 바꿨다는 데 있습니다. 그 과정에는 오늘날 기업과 개인 모두가 되새길 만한 전략이 담겨 있습니다.



<사진 설명> AMD CEO 리사 수



이민가정에서 배운 호기심


리사 수는 대만 남부 타이난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습니다. 뉴욕에서 성장한 그녀는 전자기기를 분해하며 기술에 관심을 키웠습니다. 통계학자인 아버지와 회계사 출신 사업가인 어머니 아래에서 성장했고, 이후 MIT에서 전기공학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렇다고 그녀의 성공을 명문대 학위 하나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연구실에서 배운 것은 답을 아는 능력뿐 아니라, 답이 나오지 않을 때 다시 실험하는 태도였죠.

리사 수는 2026년 MIT 졸업식 연설에서 연구 결과가 예상과 다르면 다시 실험을 설계했던 경험을 돌아봤습니다. 그녀가 설명한 자신감은 모든 답을 알고 있다는 확신이 아니라, 아직 모르는 답도 찾아낼 수 있다는 믿음이었어요. 실패한 실험을 분석하고 다음 시도를 준비하는 습관은 훗날 AMD의 재건에서도 드러났습니다.




첫번째 전략 : 어려운 문제를 향해 나아가십시오


텍사스인스트루먼츠와 IBM, 프리스케일을 거친 리사 수는 2012년 AMD에 합류했고, 2014년 최고경영자가 됐습니다. 당시 AMD는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그녀 자신도 CEO 자리를 맡는 일을 위험하게 보는 멘토들이 있었다고 회고했죠. 그러나 리사 수에게는 오랫동안 준비해 온 역량을 발휘할 기회였습니다.

그녀가 MIT 졸업생들에게 전한 조언은 명료했습니다.

“가장 어려운 문제를 향해 달려가십시오.”

이 말은 위험을 무작정 감수하라는 뜻으로 읽히지 않습니다. 자신의 전문성을 가장 크게 발휘할 수 있는 문제를 선택하라는 의미에 가깝습니다.

AMD에는 기술과 인재가 있었습니다. 필요한 것은 그 잠재력을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연결하는 방향이었습니다. 리사 수의 첫 번째 승부는 바로 그 어려운 과제를 자신의 일로 받아들인 데 있었습니다.



<사진 설명> AMD 주가의 지난 40년간의 주가 동향차트

 


두번째 전략 : 잘할 수 있는 기술에 집중하십시오


위기에 처한 기업은 새로운 사업을 계속 추가하고 싶은 유혹에 빠집니다. 어느 하나라도 성공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원이 제한된 회사가 모든 시장을 쫓으면 핵심 기술마저 약해질 수 있습니다.

리사 수가 설명한 AMD의 선택은 고성능 컴퓨팅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였습니다. 미래에는 더 강력한 계산 능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회사가 어떤 기업이 되어야 하는지부터 정하고 팀이 큰 기술적 목표에 도전하도록 했습니다.

이 전략이 제품으로 나타난 중요한 전환점이 2017년이었습니다. AMD는 ‘젠(Zen)’ 설계에 기반한 라이젠(Ryzen)으로 PC 시장에, 에픽(EPYC)으로 서버 시장에 새로운 경쟁을 가져왔습니다. 같은 핵심 기술을 서로 다른 시장으로 확장한 것입니다.

여기서 읽을 수 있는 성공 전략은 분명합니다. 미래의 수요를 예상하되, 그 수요를 잡을 수 있는 자신의 기술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거대한 비전도 고객이 사용할 제품으로 구현되어야 비로소 경쟁력이 됩니다.

 



세번째 전략 : 고객의 신뢰를 제품으로 쌓으십시오


반도체 산업에서 좋은 발표 한 번으로 고객을 확보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데이터센터 고객은 성능뿐 아니라 전력 효율, 안정성, 공급 능력, 다음 세대 제품까지 함께 검토합니다.

AMD의 재도약을 분석한 초기 경영 평가에서도 좋은 제품, 깊어진 고객 관계, 단순해진 사업 구조가 핵심으로 꼽혔습니다. 기술 개발과 고객 신뢰 회복이 함께 움직였다는 뜻입니다.

리사 수의 사례를 보면 신뢰는 설득력 있는 말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고객이 실제로 사용하고, 다음 제품도 검토할 수 있는 근거가 쌓여야 합니다.

이 점은 반도체 기업 밖에서도 통합니다. 거래처를 연결하는 사람,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 자신의 전문성을 판매하는 개인에게도 같은 질문이 돌아옵니다.

상대방이 다음에도 나를 선택할 이유를 만들어 주고 있습니까?

 



네번째 전략 : 핵심을 지키면서 역량을 넓히십시오


집중은 한 가지 제품에 영원히 머무르는 일이 아닙니다. 핵심 기술을 중심으로 필요한 역량을 추가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AMD는 2022년 자일링스(Xilinx) 인수를 완료했습니다. 이를 통해 CPU와 GPU에 더해 프로그래머블 반도체, 적응형 컴퓨팅, 관련 소프트웨어와 인재를 확보했습니다. 기존 사업과 연결되는 기술을 보강하며 고객과 시장의 범위를 넓힌 것입니다.

AI 경쟁에서는 이러한 확장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고객에게 필요한 것은 빠른 칩 하나에 그치지 않습니다. 여러 부품과 소프트웨어가 함께 작동하는 컴퓨팅 환경입니다. AMD 역시 개별 칩 판매를 넘어 전체 AI 시스템으로 사업을 넓히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리사 수의 전략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잘하는 분야를 중심에 두고, 고객의 더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능력을 넓혀가는 것입니다.



 

1조 달러보다 오래 남을 성공의 조건


물론 AMD의 성장 전체를 한 사람의 능력으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엔지니어들의 연구, 고객의 선택, 생산 협력사의 역량, AI 투자 확대가 함께 작용했습니다. 시가총액 역시 시장의 기대를 반영하는 숫자이며 주가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럼에도 리사 수의 리더십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 여러 힘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MIT 연설에서도 어려운 문제를 풀어내는 공학자의 사고방식이 팀 전체에 공유될 때 더 큰 힘을 발휘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대만 이민가정에서 자란 소녀가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의 수장이 된 이야기는 충분히 인상적입니다. 그러나 그 이야기에서 배울 것은 출신이나 학력만이 아닙니다.

어려운 문제를 선택하는 용기, 핵심 기술에 오래 투자하는 판단, 고객의 신뢰를 쌓는 실행, 그리고 뛰어난 사람들이 함께 성과를 내도록 만드는 능력입니다.

실리콘밸리는 끊임없이 다음 유행을 이야기합니다. 리사 수의 여정은 그 속에서 오래 붙들어야 할 질문을 보여줍니다.

“미래에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무엇이며, 우리는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오늘 무엇을 만들고 있습니까?”

 

댓글 쓰기

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