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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150년 9화: AI 대폭발과 다시 뜨거워진 밸리

 ChatGPT에서 엔비디아까지, 

샌프란시스코 ‘세레브럴 밸리’의 탄생

 


2022년 말, 실리콘밸리에는 또 하나의 거대한 변화가 시작됐어요. 

이번에는 스마트폰도, 소셜미디어도 아니었죠.

인공지능(AI)이었습니다. 2022년 11월 30일 OpenAI가 ChatGPT를 세상에 공개했습니다. 

처음에는 새로운 챗봇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죠. 하지만 사람들이 직접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질문을 하면 사람처럼 대답하고, 글을 쓰고, 번역하고, 프로그램 코드를 만들었습니다. 몇 초 만에 보고서를 요약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까지 제시했습니다. 컴퓨터가 단순히 정보를 검색해 보여주는 시대에서 사람의 질문을 이해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주는 생성형 AI(Generative AI)의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검색의 시대에서 질문의 시대로


인터넷 시대에는 궁금한 것이 있으면 구글에서 검색했습니다. 검색창에 단어를 입력하면 수많은 웹사이트가 나타났고, 그 가운데 필요한 정보를 사람이 직접 찾아야 했습니다.

ChatGPT는 이 방식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이 질문하면 AI가 여러 정보를 바탕으로 하나의 답을 만들어 줍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새로운 경쟁이 시작됐습니다.

Google, Microsoft, Meta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생성형 AI 개발에 뛰어들었고 수많은 스타트업이 AI를 이용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1990년대 인터넷, 2000년대 검색, 2010년대 스마트폰과 플랫폼에 이어 2020년대 실리콘밸리의 새로운 중심에는 AI가 자리 잡았습니다.



AI 시대의 최대 수혜자, 엔비디아


AI 혁명의 중심에는 또 하나의 실리콘밸리 기업이 있습니다.

산타클라라에 본사를 둔 NVIDIA이죠. 원래 엔비디아는 컴퓨터 게임용 그래픽카드 회사로 더 잘 알려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래픽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개발한 GPU가 인공지능의 방대한 계산을 처리하는 데 매우 적합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개발하려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학습시키고 계산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고성능 GPU가 핵심 인프라가 됐습니다. AI 열풍이 거세지면서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사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엔비디아의 2025 회계연도 전체 매출은 1,305억 달러로 전년보다 114% 증가했고, 데이터센터 매출은 1,152억 달러로 142% 증가했습니다.

불과 1년 전인 2024 회계연도 전체 매출은 609억 달러였습니다.

AI 붐이 엔비디아라는 회사를 얼마나 빠르게 변화시켰는지를 보여주는 숫자입니다.

엔비디아는 더 이상 단순한 반도체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AI 시대의 인프라를 공급하는 기업으로 변신했습니다. 그리고 젠슨 황이 등장했습니다

AI 열풍과 함께 세계적인 기업인으로 떠오른 인물이 엔비디아 공동창업자 겸 CEO 젠슨 황입니다.

검은 가죽 재킷을 입고 무대에 등장하는 그의 모습은 이제 실리콘밸리의 상징 가운데 하나가 됐습니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성공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엔비디아는 오랫동안 GPU와 병렬컴퓨팅 기술에 투자했고, AI 연구자들이 GPU를 활용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생태계도 구축했습니다.

생성형 AI 시대가 열리자 그동안 준비했던 기술이 한꺼번에 빛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1990년대 인터넷 시대에 시스코가 네트워크 장비를 공급하고, 스마트폰 시대에 애플이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었다면, AI 시대에는 엔비디아의 GPU가 핵심 기반시설이 된 것입니다.



코로나 이후 침체됐던 샌프란시스코


AI 혁명이 가져온 또 하나의 변화는 샌프란시스코였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은 샌프란시스코에 큰 충격을 줬습니다.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테크 기업 직원들이 사무실을 떠났고 다운타운에는 빈 사무실이 늘어났습니다. 한동안 사람들은 이런 질문까지 던졌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테크 시대는 끝난 것인가?” 

그러나 AI가 등장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젊은 AI 엔지니어와 창업자, 투자자들이 다시 샌프란시스코로 모여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중심 가운데 하나가 Hayes Valley였습니다.

 

‘세레브럴 밸리’의 탄생


Hayes Valley는 샌프란시스코 중심부에 있는 비교적 작은 동네입니다.

그런데 2022년 말부터 이곳에 AI 스타트업 창업자와 개발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명의 젊은 창업자가 한 집에 함께 살면서 밤낮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해커 하우스(Hacker House)’가 생겼습니다. 낮에는 AI 모델을 만들고 밤에는 카페와 집에 모여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이야기했습니다. 투자자와 창업자, 엔지니어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됐습니다.

사람들은 이곳을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에 빗대어 새로운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실리콘(Silicon)이 반도체를 의미한다면 Cerebral은 인간의 ‘두뇌’를 의미합니다.

반도체의 계곡에서 ‘두뇌의 계곡’으로 시대가 이동하고 있다는 상징적인 이름이었어요.

왜 샌프란시스코였을까요. 헤이즈 밸리는 1980년대만 해도 범죄와 마약이 들끓던 샌프란시스코의 대표적인 우범 지역 중 하나였습니다. 지역을 고가도로(Central Freeway)가 가로지르며 그늘지고 어두운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1989년 로마프리에타 대지진으로 고가도로가 파손되면서 도시는 이를 복구하는 대신 완전 철거를 선택했습니다. 고가도로가 사라진 자리에 햇빛이 들기 시작했고, 시정부는 억지로 대형 쇼핑몰을 넣는 대신 부티크 카페, 독립 디자이너 샵, 야외 파크렛(Parklet)중심의 고밀도 보행자 친화 거리를 조성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시청(City Hall), 트위터(현 X) 본사가 있던 미드마켓(Mid-Market), 그리고 BART/MUNI 대중교통 노선과 매우 가까워 젊은 창업가들이 모여 살기 최적의 입지가 되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중심축도 달라져


흥미로운 점은 AI 시대의 지도가 과거와 조금 다르다는 것입니다. 반도체 시대에는 산타클라라와 산호세가 중심이었습니다. 인터넷 시대에는 팔로알토와 멘로파크가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생성형 AI 시대에는 샌프란시스코가 다시 중요한 무대로 등장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는 OpenAI를 비롯해 수많은 AI 스타트업과 연구 인력이 모였고, 남쪽 산타클라라에는 AI 컴퓨팅의 핵심 인프라를 공급하는 엔비디아가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날의 AI 생태계를 지도 위에서 보면 흥미로운 구조가 나타납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AI의 ‘두뇌’를 만들고, 산타클라라에서는 그 두뇌가 움직이는 데 필요한 ‘엔진’을 만드는 셈입니다. 또 한 번의 골드러시.

1849년 캘리포니아에는 금을 찾아 사람들이 몰려왔습니다. 150여 년이 지난 지금 또 다른 골드러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사람들이 찾는 금은 땅속에 있지 않습니다.

데이터와 알고리즘, 그리고 GPU 속에 있습니다. 1990년대 인터넷 혁명 때도 수많은 회사가 태어났다가 사라졌습니다. 닷컴 버블도 있었습니다.

스마트폰 혁명에서도 승자와 패자가 갈렸습니다. AI 시대 역시 모든 기업이 성공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지금의 엄청난 투자와 기대가 모두 현실이 될 것인지도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2022년 ChatGPT의 등장은 컴퓨터를 사용하는 방법 자체를 바꾸기 시작했고, 엔비디아는 그 혁명에 필요한 핵심 인프라 기업으로 급성장했습니다.

그리고 한때 코로나 이후 쇠퇴를 걱정했던 샌프란시스코에는 다시 젊은 창업자와 엔지니어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실리콘밸리는 또 한 번 모습을 바꾸고 있습니다.

반도체에서 PC로, 인터넷에서 스마트폰으로, 그리고 이제 인공지능으로 말입니다. 그 변화의 한복판에서 샌프란시스코의 작은 동네 Hayes Valley에 붙은 ‘Cerebral Valley’라는 이름은 AI 시대가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새로운 상징이 됐습니다. 그리고 이 거대한 AI 대폭발은 이제 막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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